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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가이드

2025년을 정리하며 통영 바다를 보며 가족과 함께

한 해의 끝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이제 곧 2025년도 지나가요.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한 해였어요.
좋은 일도 있었고, 버거운 순간도 많았고, 마음이 다치는 일도 적지 않았어요.

 

힘들었지만 그만큼 성숙해진 해이기도 했어요.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고, 다른 사람들을 조금 더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의 공간도 생겼어요.

돌아보면 이 시간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에요.
그리고 그 시간의 중심에는 늘 가족이 있었어요.
옆에 있어 줬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 그래서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족과 함께 보내는 망년회를 떠올리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 한 해를 보내고 싶었어요.

망년회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아무 음식이나, 아무 장소나 선택하고 싶지 않았어요.
조금은 특별했으면 좋겠고, 가능하다면 여행이면 더 좋겠고요.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술이에요.

바다 음식을 특히 좋아하는 우리 가족들에게 늘 이야기로만 듣고 궁금해하던 곳이 하나 있었어요.
거리 때문에 쉽게 갈 수는 없었지만, 얼마 전 TV에서 본 뒤로 더 마음에 남았던 곳, 통영이었어요.

 

처음 만나는 다찌라는 문화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에서 바다를 보며 다찌를 먹기로 했어요.

다찌는 미디어로만 접해봤지 실제로는 처음이라 어떤 분위기일지, 어떤 식일지 궁금함이 컸어요.
이렇게 특별한 자리가 아니라면 선뜻 경험하기 어려웠을 것 같기도 했고요.

다찌는 술을 주문하면 해산물 안주가 코스처럼 계속 나오는 통영만의 문화라고 해요.
메뉴를 고르기보다 흐름에 몸을 맡기는 식이라 통영에 가면 한 번쯤은 꼭 경험해보고 싶은 방식이었어요.

 

우리가 선택한 곳, 만월다찌

통영에는 다찌로 유명한 곳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중 우리가 선택한 곳은 만월다찌였어요.

바다 야경을 볼 수 있는 위치에 가성비가 좋다는 후기가 많았고,
무엇보다 가족 모임으로 만족도가 높아 보였어요.

아빠는 전라도 섬 출신이라 해산물에 대해선 웬만해선 쉽게 만족하지 않으시는데,
여기라면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술 좋아하는 가족 구성원들까지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었고요.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를 잡다

통영 구경을 조금 하다가 오후 다섯 시쯤 가게에 도착했어요.

3층 창가 자리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넓고 조용해서 마음이 먼저 풀어졌어요.
통유리창 덕분에 시야가 시원했고 인테리어도 아늑해서 대화하기에 참 좋았어요.

연말이라 망년회 자리가 많을 시기였는데, 이런 공간이라면 누구와 와도
기분 좋게 한 해를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다찌로 시작한 저녁

기본 다찌와 특다찌가 있었는데 모처럼의 가족 망년회라 특다찌로 주문했어요.

술을 꼭 시켜야만 음식이 나오는 구조는 아니라고 해서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어요.

 

신선함이 먼저 전해진 첫 접시

생해산물과 회부터 시작됐어요.
찜, 튀김, 구이 순으로 흐름이 이어졌는데 전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들이었어요.

회와 해산물은 정말 싱싱했어요.
제철 해산물 위주로 구성돼 있어서 하나하나 맛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개불은 아삭아삭했고, 해삼은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좋았어요.
멍게는 달큰하면서도 쌉싸름했고, 피조개와 전복회는 씹을수록 고소했어요.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상

간장새우장과 초밥, 뿔소라와 전복, 가리비까지
평소 좋아하던 해산물이 계속 나와서 괜히 웃음이 나왔어요.

짭짤한 바다 육즙이 살아 있는 소라와 골뱅이, 중간중간 먹기 좋은 고구마까지 상 위가 꽉 찬 느낌이었어요.

미역과 다시마를 배추에 싸 먹으니 입안이 한 번 정리되는 느낌이라 좋았고요.
다찌답게 양은 정말 만만치 않았어요.

 

튀김과 구이, 그리고 마무리

굴튀김에 타르타르 소스를 찍어 먹으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어요.
소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맥주가 떠오르는 맛이었어요.

생선구이는 간이 세지 않아 담백했고, 마지막에 나온 매운탕까지 더해지니
식사로도, 술자리로도 완벽한 마무리였어요.

 

추가로 주문한 랍스터 구이도 인상 깊었어요.
담백하고 고소해서 해산물을 잘 못 먹는 아이들도 잘 먹더라고요.

 

오늘을 기억하며

이렇게 한 해의 끝자락에서 가족과 마주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했어요.

음식도 넉넉했고, 무엇보다 마음이 배부른 자리였어요.
잘 먹고 잘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한 해를 보내기에 충분한 밤이었어요.

이렇게 또 2025년을 정리해요.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음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요.